[영화 소개 & 리뷰]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 - 결말, 스포 포함 (下)
지난 리뷰에 이어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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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개 & 리뷰] 라이프 오브 파이 (Life of Pi) - 결말, 스포 포함 (上)
널 두렵게 하는 것은물이 아니라공포심이란다.너무 오랜만에 하는 포스팅 ㅠㅜ그동안 긴긴 수험 생활을 끝내고(??) + 꾸준히 해왔던 나의 기록을 이대로 없애 버리기 아쉬워서다시 기록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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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목의 의미 ?
난 영화를 볼 때나 책을 볼 때 모두 '제목'을 중요시 하는 편이다.
이렇게 간단한 블로그 글을 쓸 때에도 '제목'은 항상 고민이 되는 영역이다.
전체적인 내용을 다 드러냄과 동시에, 이목을 끌기도 해야하고, 공감대도 형성해야 하기 때문이다.물론 이 리뷰 제목은 좀 재미없게 쓰여졌지만
이번에 소개하는 영화의 제목은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이다.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파이의 삶'이다.
사실, 영화를 감상하면 누구나 알게 된다. 이 영화는 '파이'를 담은 영화이지만
'파이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는 아니다.
파이가 왜 3명의 신을 믿게 됐는지, 부모님은 어떤 분이셨는지, 어떻게 아내를 만나게 됐는지
이런 내용들은 담겨 있지 않고, 오직 그 구사일생의 항해를 위주로 담아냈다.
심지어 원작은 '파이 이야기'인데, 감독은 굳이 이 제목을 '파이의 삶'으로 바꿔냈다.
왜일까?

(2) 파이의 삶?
나는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서 한 사람의 인생을 항해에 비유해 설명하고 싶었다고 본다.
그래서 망망대해의 바다를 상정하고, 가족과 헤어지거나 식인섬을 만나는 등 위험 요소나
다양한 요인들을 이야기에 투입했다고 생각했다.
(3) 각 동물의 의미?
그렇다면 각 동물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먼저 호랑이가 나타나기 전 잠시 동승했던 하이에나, 오랑우탄, 얼룩말의 이야기를 해보자.
(내 해석은 첫 번째 - 앞 포스팅 참조 - 이야기도 두 번째 이야기도 완벽하게 믿지 않는다.
이 이야기는 파이의 생애를 비유한, '비유법' 그 자체인 이야기로 보았으므로,
첫 번째 이야기는 파이가 전달하고 싶은 비유 그대로의 이야기고,
두 번째 이야기는 파이가 인간 사회의 시선에서 사람에 비유해 풀어낸 얘기라고 생각했다.)
먼저 얼룩말의 경우, 삶을 항해하면서 상처입혀지고, 결국 버리게 되는,
어린 시절의 동심이라고 생각했다.
파이가 부모님과 떨어져 홀로 항해를 시작하면서부터, 얼룩말은 다친 몸으로 배에 올랐다.
하이에나나 오랑우탄은 상처는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얼룩말은 감염 등의 이유로
항해를 계속하더라도 죽거나 버려졌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파이의 얼룩말은 하이에나에게 죽임을 당하고, 파이는 하이에나를 말리지만
소리치는 것 이외의 능동적인 대처는 하지 못한다.
무서워서 그랬겠지만 파이도 내심 알고 있었을 것이다. 얼룩말과 '끝까지 동행'하지 못할 것을.
하이에나는 사춘기를 맞이하면서 생긴 파이의 '독립성', '야만성'과 같은
'거친' 존재들을 상정한다고 보았다.
얼룩말을 밀어내고, 식량인 바나나 더미를 들고 탄 오랑우탄마저 쫓아낸다.
오랑우탄은 아들의 항해를 걱정하며 배에 올라탄 부모님이나 각종 지원자들을 의미한다고 봤다.
항해의 시작과 동시에 계속 배에 올라타 있던 것이 아닌, 항해 후 어딘가에서 바나나 더미를 떠안고
갑자기 동승하게 된 것도, 파이가 원해서라기보다는 주변인들이 파이를 걱정하여
도움의 손길을 뻗으려 했던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파이의 독립성은 부모님도, 파이의 어린시절 동심도 모두 동행의 존재에서 치워버린다.

(4) 호랑이의 존재?
다른 해석에서 보면, 호랑이는 보통 '이성의 존재'나 또 다른 '파이'라거나
때로는 종교적 존재(!)로도 해석 되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호랑이가 파이의 '배우자'였다고 봤다.
(호랑이가 하이에나를 물어 죽이는 장면이 초반에 등장한다.
하이에나는 앞서 말했듯이 파이의 독립성이다.
앞으로 항해를 함께 할 배우자의 존재가 파이의 독립성을 대체하고,
동행을 함께 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잠깐 등장한 파이의 아버지가 호랑이에게 먹이를 주려던 어린 파이를 황급히 말리며
파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짐승은 사람하고 달라.
그걸 잊는 순간 죽는 거지.
저 호랑이는 네 친구가 아냐.
놈의 눈에서 네가 보는 건
그 눈에 비춰지는 네 감정일 뿐이지,
아무것도 아냐.
부모의 품에서 떠나와 항해를 함께하지만, 본질적으로 다른 성별, 다른 가치관, 다른 배경에서 자란
'타인'
파이와 리처드(호랑이)는 계속해서 교류하지만 '종'을 뛰어 넘는 본질적 교류는 실패한다.
이는 마지막에 리처드가 파이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면서 다시 한 번 증명된다.
파이의 아버지는 미리 결혼 생활을 경험해 본 인생의 선배로서,
'나'를 제외한 타인은 동행할 수 있어도 본질적으로 타인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성별의 차, 배경의 차, 가치관의 차이로 인한 간극은 쉽게 극복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5) 파라다이스인가? 소돔과 고모라인가?
파이는 항해 중 우연히 무인도를 발견한다.
이 섬은 낮에는 매우 아름답고, 식량과 물이 풍부한 무릉도원이다.
긴 표류 생활 끝에 이 곳을 발견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아름다움과 풍족함에 매료돼
이곳을 자신의 생명을 살려준 '지상 낙원' 즉,'파라다이스'라고 부를 것이다.
그러나 이 섬은 밤에는 되려 육식을 하는 무시무시한 '소돔'이다.
이 섬의 모든 달콤한 순간들과 그 이중성, 양면성을 표현하는 것이다.
식인섬은 우리가 현실에 안주하게 만드는 모든 '즐거움'을 표현한다.
여가가 될 수도 있고, 취미가 될 수도 있고, 각종 오락과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고 하였는가.
파이는 무척 힘들고 고된 여정 속 발견한 무인도에서 '정착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그럴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해주고 있다.
파이는 '인간'이고, 아무도 없는 '무인도'가 아니라, 결국 바다를 항해해서 사람이 사는 곳으로
가야만 하는 '운명'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이나 삶의 방향을 스스로 무시하거나
회피하려고 한다면 결국 섬에게(= 운명에게) '잡아먹힐' 것이다.
현실의 편안함, 아늑함은 얼마나 무서운 이를 스스로 감추고 있는가를 깨우치게 해주는 장면이다.
그러나 무인도가 항해에 꼭 필요한 전환점이었던 것은 맞다.
파이는 훗날 이 곳을 회상하며 " 이 섬을 만나지 않았다면 난 죽었을 것 "이라고 말한다.
파이는 비록 하루 만에 이곳을 떠나지만, 이곳에서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챙겨 떠날 수 있었다.
이곳에서의 휴식은 다음 항해를 위해 출발하는 파이에게 에너지와 의지를 선물했다.
다만 이 곳에 평생토록 머무를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뿐이다.

(6) 종교라는 믿음?
전편에서 말했듯이, 파이는 3가지 종교를 모두 믿는 인물이다.
그리고 작품 초반에는 시도 때도 없이 신을 찾아댄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계속해서 신에게 물어보고,
나를 지켜달라는 등의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그러나 (파이가 그 답을 들었을 지는 모르지만, 영화 상에서는) 신은 답을 주지 않았다.
식인섬을 발견하고, 그곳의 위험성을 깨달아 탈출하고, 멕시코 연안에 도달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파이는 신을 찾지 않는다. 잃어간다.
생존하고 난 후 시간이 더 흘러, 그는 종교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종교학자'가 된다.
종교를 분석하는 사람은 종교를 믿는 사람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종교를 분석하는 사람이 무조건 무교여야 한다는 표현은 절대 아니지만,
어떤 것을 '연구하는 사람'은 신자의 태도보다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논리성'을 탑지하고서 분석하게 되지 않나 하는 것이다.
파이는 3가지 종교를 믿고, 그 힘에 의탁하고자 하였으나
항해의 끝에서는 신에게 의지하기보다는 본인이 직접 겪고, 느낀 것에 의지해
상황을 타개하고, 위기를 견뎌냈다.
이 작품에서 말하고 싶은 '종교'의 위치가 딱 이 정도가 아니었나 한다.
삶을 살아가게 하고, 위안과 희망을 주지만, 결국 선택은 '나' 즉, '파이'가 하는 것.
(7) 영화의 결말?
모든 여정이 끝나고 파이가 혼자가 되는 장면은,
결국 우리가 '혼자'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리처드(호랑이)가 '삶'이라는 '항해'를 함께 해주었지만,
결국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것처럼, 우리는 운명을 항해하면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과
여정을 떠나게 되겠지만 모든 것은
'나'라는 사람의 인생으로 완결 되며, 우리는 '나'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어떤 것들을 겪게 되는가?
어떤 새로운 지평을 열고 항해하게 되는가?
지금까지, 여러 생각과 고민을 하게 만드는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였다.